글로벌 IT 산업이 인공지능(AI)의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예상치 못한 역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 가격의 급격한 상승입니다. AI 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에 반도체 업계의 역량이 집중되면서,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범용 D램의 공급이 대폭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메모리 가격은 내년 2분기까지 40% 가까이 폭등할 전망이며, 결과적으로 2026년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이 6.9%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 가격 폭등은 특히 저가형 모델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측됩니다. 기술 발전의 혜택이 소비자 가격 인상이라는 예상 밖의 대가로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AI 반도체 열풍, 왜 스마트폰 원가를 밀어 올리는가
HBM 생산 집중이 D램 공급을 잠식하는 구조적 배경
지금 전 세계 반도체 제조사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HBM을 생산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HBM은 고성능 AI 프로세서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핵심 부품입니다. HBM을 만드는 공정은 일반 D램을 만드는 공정과 많은 자원과 설비를 공유합니다. 문제는 HBM의 수익성이 일반 D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한정된 생산 능력을 더 이윤이 많이 남는 HBM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적 선택이죠.
쉽게 말하면요, 주방에서 최고급 만찬(HBM) 주문이 폭주하니, 매일 팔던 일반 샌드위치(스마트폰 D램)를 만들 인력과 재료가 부족해지는 상황입니다. 시장조사업체의 분석대로 메모리 가격이 40%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스마트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품 가격이 폭등하면 최종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 원가 상승률의 양극화: 저가형 모델의 치명타
이번 메모리 가격 상승은 모든 스마트폰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그 충격은 모델별로 매우 다르게 나타납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저가형 스마트폰의 원가는 2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가형은 15%, 고가형은 10%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수치들을 보면 저가형 모델의 타격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가형 스마트폰은 이미 매우 얇은 마진으로 판매됩니다. 25%의 원가 상승은 제조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급격한 가격 인상은 이윤을 아예 없애거나, 소비자가 지불할 가격 허용 범위를 넘어서 구매 매력을 잃게 만듭니다. 결국, 저가형 시장을 주도하던 중국의 아너, 오포, 비보 같은 제조사들은 출하량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에게는 시장 점유율과 수익 마진 관리라는 어려운 숙제가 동시에 주어진 것입니다.
시장 대변동: 선두 주자의 방어와 경쟁 우위 확대
삼성과 애플, 위기를 기회로 삼는 수직적 통합의 힘
반면, 삼성전자와 애플 같은 고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선두 업체들은 상황이 상당히 다릅니다. 이들 기업이 이번 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헤쳐나갈 수 있는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강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규모의 경제입니다. 대량 구매를 통해 부품 공급망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입니다. 저가 모델 외에 수익성이 높은 고가 모델이 전체 이익을 방어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셋째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긴밀한 수직적 통합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자체 생산 능력(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을 보유하고 있어 외부 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강점 덕분에 삼성과 애플은 공급 부족 사태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과 수익 마진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경쟁사의 약화로 인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시장은 더욱더 고가와 저가로 양극화되고, 그 가운데 저가 시장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마트폰 구매, 언제 해야 할까
내년 2분기 전후, 신중한 구매 전략이 필요하다
메모리 가격이 내년 2분기까지 40%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신호를 던져줍니다. 스마트폰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 시점을 전후로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첫째, 기존 스마트폰의 수명 연장입니다. 만약 지금 당장 교체가 급하지 않다면, 최소한 내년 중반까지는 기존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 보세요. 가격이 안정화되는 시점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둘째, 고가 모델의 상대적 가격 매력을 재평가해야 합니다. 저가 모델의 원가 상승률(25%)이 고가 모델(10%)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가격 인상 폭을 비교했을 때 고가 모델의 상대적인 가격 격차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성능과 수명을 고려하여 조금 더 투자해 고가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도래는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 생활과 직결된 스마트폰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시장 상황은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소수의 선두 기업들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소비자들은 이러한 시장 역학 관계를 이해하고 구매 시점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