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에서 열린 글로벌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5는 단순한 모터쇼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새로운 판도를 보여주는 현장이었습니다. 과거 유럽 전통 강자들의 안방이었던 이곳이 이번에는 중국 기업들의 거대한 무대로 변모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국 전기차는 더 이상 ‘저가 물량 공세’라는 낡은 이미지를 넘어, 기술력과 혁신으로 무장한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모터쇼 곳곳에서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한 18개 완성차 업체 중 절반이 중국 기업이었고, BYD, 샤오펑, 홍치 등 중국 브랜드 부스에는 연일 취재진과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그들의 기술력과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전기차에 머물지 않고, 배터리, 자율주행, 로보틱스까지 미래 모빌리티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야심을 보여줬습니다.
저가에서 프리미엄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의 변신
중국 모빌리티 기업들의 가장 놀라운 변화는 바로 ‘고급화’ 전략입니다. 이전까지 중국차는 저렴한 가격으로만 승부한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IAA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BYD: 유럽 생산 공장 건설과 프리미엄 전략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 BYD는 이번 모터쇼를 통해 유럽 첫 생산 공장 건설을 공식화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대한 진정성을 보였습니다. ‘유럽을 위해 유럽에서 생산한다’는 스텔라 리 부회장의 발언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현지화와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냅니다. 또한 하이브리드 신차 ‘씰 6 DM-i 투어링’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홍치: 중저가 이미지를 깨는 과감한 도전
중국 FAW 그룹의 고급 브랜드 홍치 역시 ‘중국차는 중저가’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나섰습니다. 소형 전기 SUV ‘EHS5’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 데 이어, 2028년까지 유럽 25개국에 15종의 전기·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고 200개의 딜러망을 구축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고급 SUV와 세단을 앞세운 정면 승부 선언은 중국의 ‘메이드 인 차이나’ 고급화 전략이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줍니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점하는 중국 기업들
이번 모터쇼에서 중국 기업들은 단순한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혁신 기업의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CATL: 압도적인 배터리 기술력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CATL은 차세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선싱 프로’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증명했습니다. 10분 충전으로 478km를 주행하고, WLTP 기준 최대 758km까지 가능한 성능은 단순히 효율성을 넘어 안정성까지 확보한 기술 혁신을 의미합니다. 이는 배터리 기술에서 중국이 얼마나 앞서 나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샤오펑: 자율주행과 로봇을 아우르는 기술력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은 모터쇼를 통해 ‘튜링 AI 드라이빙’ 시스템을 공개하고 2026년 레벨4 자율주행차 양산 및 로보택시 시범 운행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시험 비행을 앞둔 플라잉카와 내년 양산 예정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을 전시하며 미래 모빌리티 전반에 걸친 기술력을 과시했습니다. 이는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에어 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 모빌리티 기업에 던지는 경고장
이번 IAA에서 확인된 중국 모빌리티 기업들의 성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과거의 ‘추격자’ 이미지를 벗고 ‘선도자’로 발돋움한 그들의 행보는 한국 기업들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단순히 완성차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배터리,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의 모든 기술을 통합하고 과감하게 투자해야만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중국은 이제 단순한 후발주자가 아닙니다. 미래 모빌리티의 판을 흔드는 핵심 플레이어가 된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지금의 강점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 융합과 과감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