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류 대기업 산토리가 내년 4월부터 ‘히비키’, ‘야마자키’, ‘하쿠슈’ 같은 프리미엄 위스키 라인업과 수입 소주, 와인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20%까지 인상합니다.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긴 시간 품귀 현상을 겪었던 일본 위스키의 ‘몸값’이 이제 시장 논리를 넘어선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봐야 합니다. 특히, 면세 혜택을 노리고 일본을 단기 방문했던 소위 ‘퀵턴족’의 지갑과 발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인상은 단순히 제품 몇 개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넘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류 소비 패턴과 면세점의 주류 카테고리 전략까지 변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입니다.
물가 상승 그 이상, 산토리의 불가피한 선택과 진짜 이유
산토리는 이번 가격 인상의 이유로 포장재, 원재료비, 매입 가격 상승 등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증가를 들었습니다. 물론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수 있지만, 더 근본적인 배경에는 지난 10년간 일본산 위스키 수출액이 12배 이상 폭증할 만큼 해외 수요가 폭발했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위스키는 오랜 숙성 시간이 필요한 만큼 수요를 단기간에 맞출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격 인상은 단순히 비용 보전을 넘어, 한정된 물량을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시장에 배분하려는 ‘수요 통제 전략’의 성격이 강합니다. 특히 ‘하쿠슈 25년’처럼 희소성이 극대화된 제품의 경우, 가격은 곧 브랜드의 가치를 대변하는 상징이 됩니다.
가격 인상 직전, 소비자들의 ‘선구매 심리’ 대폭발
이런 대규모 가격 인상 예고가 나오면 소비자들은 즉각적으로 두 가지 행동 패턴을 보입니다. 첫 번째는 ‘선구매’ 혹은 ‘사재기’ 심리입니다. 당장 내년 4월 이전까지 현재 가격으로 위스키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특히 희소성이 높은 고숙성 위스키나 한정판 제품일수록, 가격 인상 전 마지막 기회라는 심리가 작용해 거래량이 폭증할 수 있습니다. 위스키가 ‘투자 상품’이나 ‘소장 가치’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퀵턴족’의 딜레마, 과연 일본 방문을 멈출까?
위스키 구매를 목적으로 일본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던 퀵턴족은 이제 심각한 고민에 빠집니다. 엔화 약세로 얻었던 환차익 이점을 가격 인상분이 상당 부분 상쇄시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5%가량 가격이 오르면 항공료를 포함해도 국내 구매가보다 월등히 저렴했던 매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일본 방문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구매 목적의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순수하게 위스키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여행의 다른 매력(음식, 문화, 다른 쇼핑)을 결합하여 방문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이 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산토리 외의 니카(Nikka) 같은 다른 브랜드의 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한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면세점의 새로운 전략: 일본 위스키의 빈자리를 채울 ‘월드 위스키’
국내 면세업계 역시 긴장하고 있습니다. 산토리의 현지 출고가 인상은 필연적으로 국내 면세가 인상을 압박하며,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면세점에서 히비키, 야마자키 등 주력 라인업의 가격 민감도는 낮다고는 하지만, 전체 주류 카테고리 판매량에는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면세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격 인상으로 인해 생긴 ‘프리미엄 가성비 주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대만 카발란(Kavalan), 인도 암룻(Amrut), 또는 스코틀랜드의 독립 병입자(IB) 제품 등 새로운 ‘월드 위스키’를 대거 강화하는 방향으로 카테고리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위스키뿐 아니라 소주, 와인까지 인상 대상이므로, 면세 주류 시장 전반의 가격 재편이 예상되며, 소비자들은 이제 기존의 익숙한 브랜드 대신 새롭고 합리적인 선택지를 탐색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취향의 다양화’로 이끌 변화
이번 산토리의 가격 인상은 단순히 하나의 기업 이슈가 아니라, 한국의 위스키 소비 트렌드가 ‘희소성 중심’에서 ‘취향의 다양화’로 전환되는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높은 가격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 일본 위스키 대신, 소비자들은 가성비와 맛을 동시에 잡는 다양한 대체재를 찾아 나설 것입니다. 이는 한국 주류 시장의 성숙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위스키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식지 않겠지만, 그들이 잔에 따르는 술의 국적과 브랜드는 훨씬 다양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