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심사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뉴스는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5대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신용점수만 봐도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평균 KCB 신용점수가 무려 941.6점,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950점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신용점수 1등급이 고신용자라는 통념마저 무너지는 ‘초고신용자 전용 리그’가 개막한 것입니다.
지금부터 이 현상의 배경을 분석하고, 1금융권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는 중저신용자들이 어떤 현실에 부딪히고 있으며,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한 실용적인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대출을 받기 위해 950점을 목표로 해야 하는 기형적인 금융 환경 속에서, 여러분의 신용과 자산을 지킬 수 있는 전략을 함께 고민해 봅시다.
은행 대출 문턱 950점의 비밀 초고신용자만 통과하는 이유
은행 대출의 문턱이 이렇게 높아진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억제 기조이고, 둘째는 금융 시장의 변별력을 약화시킨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입니다.
대출 규제 강화, 결국 ‘쉬운 고객’에게 쏠리는 안전판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은행들에 대출 총량 관리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정해진 파이 안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대출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은행은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하게 돈을 갚을 고객, 즉 신용점수가 월등히 높은 ‘초고신용자’에게 대출을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 중 49%가 신용점수 950점 이상 차주에게 쏠렸다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900점대 초반의 고신용자마저도 안정권으로 보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은행이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대출 심사 기준을 자발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현상인 셈입니다.
모두가 1등급이면 변별력은 사라진다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의 역설
KCB 신용점수 기준 900점 이상은 분명히 ‘고신용자’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대출 시장에서는 900점과 950점 사이에 큰 간극이 생겼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최근 몇 년간 금융 당국이 신용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고 다양한 포용 금융 정책을 펴면서 전반적인 국민의 신용점수가 상향 평준화되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1000점 만점에 900점대 고신용자가 많아지면서, 은행은 이들 사이에서 누가 더 우량한 고객인지 가려낼 변별력이 필요해졌습니다.
단순히 900점 이상이 아니라 930점, 940점, 950점 이상으로 미세하게 커트라인을 높여야만 은행이 원하는 리스크 관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중저신용자뿐만 아니라 900점 초반대의 고신용자도 대출 승인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모두가 상위권이 되면서 상위권 중에서도 최상위권만이 1군 문을 통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풍선 효과의 위험 경고 중저신용자의 고립과 금융 사각지대
1금융권의 문이 닫히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바로 중저신용자입니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뻔합니다. 비교적 심사가 덜 까다로운 2금융권, 혹은 더 최악의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2금융권 쏠림 현상 심화와 금리 부담 가중
1금융권 대출이 막히면 중신용자(770~839점대)와 저신용자(769점 이하)는 자연스럽게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사, 캐피털사 등 2금융권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문제는 2금융권의 금리가 1금융권보다 훨씬 높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대출을 받더라도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이들의 가계 경제는 더욱 압박을 받게 됩니다. 대출을 받아도 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빚의 덫’에 빠지기 쉬워지며, 이는 연체율 상승이라는 잠재적 리스크로 금융 시스템 전체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있습니다. 금융 약자에 대한 여신 공급이 위축되면 사회 전체의 금융 건전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불법 사금융의 유혹 금융 약자를 노리는 그림자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제도권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빠지는 것입니다.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 대출마저 어려워진 최저 신용자들은 당장 급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금리와 불법 추심에 노출될 위험이 커집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포용 측면에서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박찬대 의원의 지적처럼, 금융 약자에 대한 정밀한 포용 금융 대책 없이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어렵습니다. 정부와 금융권은 이들이 제도권 내에서 숨 쉴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합니다.
950점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전략 실용적인 행동 지침
높아진 대출 문턱 앞에서 좌절만 할 수는 없습니다. 금융 환경이 변했으니, 우리도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단순히 신용점수 올리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은행이 실제로 대출 승인을 내줄 수밖에 없는 ‘대출 변별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1. 주거래 은행과의 ‘거래 깊이’를 키우세요
신용점수 950점은 사실상 ‘만점에 가까운 점수’입니다. 하지만 점수 외적인 부분에서 변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바로 주거래 은행과의 거래 실적입니다. 은행은 단순히 KCB 점수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CSS(Credit Scoring System)’ 점수를 활용합니다.
이 CSS 점수에는 여러분의 급여 이체 실적, 자동 이체 건수, 예금 및 적금 가입 여부, 카드 사용 실적 등 다양한 은행과의 ‘거래 깊이’가 반영됩니다. 점수가 비슷하다면, 꾸준히 주거래 은행을 이용해온 고객에게 더 좋은 금리와 한도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출을 받을 계획이 있다면 최소 6개월 이상 주거래 은행을 정해 거래를 집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2. 비금융 정보 신용 평가를 적극 활용하세요
점수를 단기간에 급격히 올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통신요금, 공공요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신용 평가 기관에 제출하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이러한 성실 납부 기록은 여러분의 상환 능력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우수한 증거가 됩니다. 신용점수가 낮아 고민이라면, 당장 나의 성실도를 증명할 수 있는 비금융 정보를 등록하여 ‘점수 외 변수’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보세요.
3. 대출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세요
1금융권이 어렵다고 해서 모든 희망을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2금융권 대출이 불가피하다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우량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등에서 먼저 알아보고, 금리 비교 플랫폼 등을 활용하여 이자 부담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또한, 소액이라도 금리가 낮은 정부 지원의 정책 금융 상품(예: 햇살론 등)을 이용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950점이라는 높은 문턱은 우리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대출 환경이 변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단순히 신용등급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은행의 심사 기준에 맞춰 우리의 금융 태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때입니다. 이성적인 분석과 실용적인 행동만이 높아진 금융의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