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백화점이나 패션 회사들이 중고 제품을 사고파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소식, 혹시 들으셨나요? 과거에는 ‘가품’ 때문에 중고거래를 꺼리던 대기업들이 이제는 직접 뛰어들어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고물가와 경기 불황이라는 현실 속에서 소비자들이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면서 중고거래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4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져 올해는 무려 4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겁니다.
기존 중고거래와는 다른, 믿고 맡기는 ‘기업형’ 서비스
우리가 알고 있던 중고거래는 대부분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처럼 개인과 개인이 직접 만나거나 택배로 물건을 주고받는 방식이었습니다. 편리하지만, 상품의 진위나 상태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죠. 하지만 최근 무신사나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이 도입한 중고거래는 이러한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합니다.
예를 들어, 무신사의 ‘무신사 유즈드’는 고객이 중고 의류를 보내면 회사가 직접 검수, 세탁, 사진 촬영, 그리고 판매까지 모두 담당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귀찮고 번거로운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믿을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된 거죠. 백화점들도 스타트업과 협력해 비슷한 ‘풀필먼트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고거래의 편리성과 신뢰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더 많은 소비자를 중고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리커머스 사업, 단순 판매를 넘어선 전략적 가치
대기업들이 리커머스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단순히 중고 물건을 팔아 수익을 내기 위함만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더 큰 그림이 숨어있습니다. 첫째,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새로운 채널이 됩니다. 중고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과 새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층이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고 물건을 판 금액으로 신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 리커머스 사업이 오히려 신규 고객을 유입하고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둘째,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기회가 됩니다. 기업이 직접 중고 제품을 관리하고 유통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쌓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셋째,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현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의류 폐기물은 환경 문제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힙니다. 중고거래를 통해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것은 곧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길입니다. 리커머스는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중요한 경영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활성화의 키는 ‘정책적 지원’에 있다
기업들의 혁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리커머스 시장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특히 가장 큰 걸림돌은 중고 제품 거래 시 발생하는 이중 과세 문제입니다. 현재 중고차를 제외한 중고 제품은 부가가치세가 공제되지 않아, 이미 새 제품 구매 시 세금을 냈는데도 중고 거래 때 또다시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입니다.
이는 국내 중고거래 관련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특히 해외 판매를 시도하는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됩니다. 중고 거래 활성화를 위해 부가가치세 공제 혜택을 주는 일본의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리커머스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중고거래 시장의 새로운 미래를 열다
대형 백화점과 패션 기업들의 리커머스 시장 진출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전략적인 움직임입니다. 이들은 기존 중고거래의 단점을 보완하고, 편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과 함께, 이중 과세와 같은 정책적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중고거래 시장은 단순한 재판매를 넘어 새로운 소비 문화와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적인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하게 될 겁니다. 이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소비자에게는 더 나은 소비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