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올해 들어 벌써 다섯 번째로 발생했습니다. 지난 7월 파주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경기도 연천에서 확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확산 차단을 위해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발생이 왜 심각한지, 그리고 정부의 방역 조치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다섯 번째 ASF, 반복되는 경기 북부의 악몽
이번에 확진된 곳은 경기도 연천의 한 돼지 농장으로, 지난 14일 농장주의 신고로 폐사가 확인되며 정밀검사를 거쳐 양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주목할 점은 올 한 해 발생한 5건의 ASF가 모두 경기도 북부 지역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파주, 연천 등 접경지역이 가진 특수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야생 멧돼지의 서식 밀도가 매우 높고, 이미 ASF 양성 검출 이력이 많다는 점 때문입니다. 멧돼지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이 지역은 그야말로 ASF의 ‘핫스팟’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식품부 강형석 차관이 강조했듯이, 멧돼지 서식지 근처의 군부대나 산업단지 차량 이동이 잦은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합니다. 사람과 차량을 통한 바이러스의 수평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대규모 인력과 차량 이동이 예상되는 시점이라, 방역 당국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긴급 방역 조치, 핵심은 ‘차단’과 ‘감시’
정부는 이번 확진 판정 즉시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 조치에 돌입했습니다. 단순히 발생 농장만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입체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시이동중지(Standstill) 명령: 연천군과 인접한 파주, 양주, 포천, 동두천, 철원 등 5개 시군에 48시간 동안 축산 관계 종사자와 차량의 이동을 전면 중지시켰습니다. 이는 바이러스가 사람이나 차량을 통해 다른 농장으로 퍼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조치입니다.
광범위한 집중 소독: 발생 지역뿐만 아니라 인접한 5개 시군까지 포함하여 총 33대의 광역방제기와 방역차를 동원해 돼지 농장과 주변 도로를 대대적으로 소독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이러스 오염원을 제거하여 확산 경로를 차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정밀 검사와 역학조사: 발생 농장 반경 10km 내 61개 농장과 역학 관계가 있는 22개 농장을 대상으로 긴급 정밀 검사를 진행 중입니다. 또한, 발생 농장과 관련된 도축장을 방문한 차량이 거쳐 간 287개 농장에 대해서도 임상 검사를 실시하고 차량 소독을 명령하는 등,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는 곳은 모두 찾아내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위기 경보 심각 단계 발령: 이번 발생을 계기로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이는 모든 방역 관계자와 양돈 농가에 최고 수준의 경각심을 요구하는 조치입니다.
돼지고기 수급과 경제적 파급 효과, 지나친 걱정은 금물
이번 ASF 발생으로 살처분되는 돼지는 847마리입니다. 국내 전체 돼지 사육 마릿수(1,193만 1,000마리)와 비교하면 0.01%도 채 되지 않는 규모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돼지고기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SF 확산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실제 공급 부족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돼지고기 소비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수급 관리에 빈틈없이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바로 이러한 심리적 요인 때문일 것입니다. 소비자와 축산농가 모두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핵심은 ‘기본 방역 수칙 준수’와 ‘신속한 신고’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해도, 현장에서의 철저한 협조가 없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강형석 차관의 당부처럼, 양돈 농가와 축산 관계자들은 경각심을 늦추지 말고 철저한 소독과 차단방역 수칙을 지켜야 합니다. 농장 안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차량과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고,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보이면 즉시 방역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ASF는 백신도, 치료제도 아직 없습니다. 오직 철저한 차단 방역만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번 연천 사례가 추가 확산 없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