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8월 고용동향을 두고 ‘고용 쇼크’라는 자극적인 표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전체 취업자 수는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왜 이런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걸까요? 숫자의 표면을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특정 산업의 부진과 함께 청년층 고용 시장의 깊은 그림자가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고용 지표는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하거나,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산업별 희비 교차, 한국 고용 시장의 새로운 양극화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산업별로 뚜렷한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30만 명 이상 취업자가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돌봄, 의료 서비스 수요가 급증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육 서비스업이나 부동산업 역시 취업자 수가 증가했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더 오래 살고, 건강에 신경 쓰고, 집을 사고파는 데 필요한 일자리는 늘어났다는 겁니다.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은 각각 14개월, 16개월 연속으로 취업자 수가 줄어들며 깊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두 산업의 장기적인 부진은 단순히 경기가 나빠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제조업은 자동화와 해외 생산 기지 이전 등으로 일자리가 계속 줄고 있고, 건설업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로 인한 건설 경기 위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두 산업의 부진이 청년층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제조업과 건설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안정성을 보장하며, 고등학교 졸업생이나 전문 기술을 익힌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주요 통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문이 굳게 닫히면서, 이들이 갈 곳을 잃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이 그 자리를 빠르게 채워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보건복지업 등 성장하는 산업의 일자리는 기존 경력자를 선호하거나, 청년들이 기대하는 직무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 고용 시장의 미스매치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쉬었음’ 인구의 진짜 이야기
이번 고용동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쉬었음’ 인구의 증가입니다. 특히 30대에서 8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합니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쉬었음’ 인구는 구직 활동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를 뜻합니다. 이 통계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우리 사회의 불안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왜 젊은 층이 ‘쉬었음’ 상태로 빠지게 되는 걸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구직 의욕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취업의 문턱이 너무 높아졌고,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임금이나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던 30대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쉬게 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공공 부문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전공이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싶은데, 산업 전환이 느린 우리나라 고용 시장에서 그런 기회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잠시 쉬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자’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이는 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국가 경제적으로는 젊은 인재들의 잠재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청년 선호 일자리 창출,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디에?
정부는 이번 고용동향에 대해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인공지능(AI) 등 초혁신 경제를 통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강조했습니다. AI 시대로의 전환에 맞춰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 그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향성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청년 선호 일자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단순히 높은 연봉을 주는 IT 기업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겁니다. 청년들은 단순히 돈을 넘어,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AI,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해당 분야에서 청년들이 실질적인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직업 훈련 시스템을 혁신해야 합니다.
또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고용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이직을 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0대 쉬었음 인구의 증가는 ‘한번 이직하면 끝’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고용 시스템이 낳은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단기적인 취업 박람회나 쿠폰 지급 같은 정책보다는, 장기적으로 청년들의 기술과 경험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인적 자원의 이동을 돕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고용 지표의 복합적인 과제
결국 8월 고용동향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급변하는 산업 구조와 청년 세대의 가치관 변화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복합적인 과제입니다. 일부 산업의 취업자 증가는 긍정적이지만, 제조업과 건설업의 장기적 부진은 우리 경제의 기반을 흔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층이 겪는 고용 절벽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기업, 그리고 개인의 노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정부는 미래 산업 육성 정책을 구체화하고, 청년들의 직무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업은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데 급급하기보다,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청년들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숫자에 감춰진 진짜 고용의 민낯을 바로잡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