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카의 990원 소금빵, 빵플레이션 논란의 실체는?

최근 유튜버 슈카가 기획한 ‘ETF 베이커리’ 팝업스토어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2,600원에서 2,800원대에 판매하는 소금빵을 단돈 990원에 판매하며 소비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죠. 연일 긴 줄이 이어지고, 소위 ‘오픈런’까지 불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싼 가격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치솟는 물가에 지쳐있던 소비자들의 ‘공분’이 응축되어 폭발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빵플레이션, 즉 빵 가격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레 회자될 만큼 빵값은 급격히 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990원 소금빵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봐라, 싸게 팔 수 있는데도 비싸게 팔았던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선 문제 제기였습니다.

통계로 확인하는 한국 빵값의 현실

소비자들의 ‘빵플레이션’ 체감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통계 자료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EIU가 2019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서울의 빵 1kg 가격은 15.59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눔베오의 최근 조사에서도 한국의 식빵(500g) 평균 가격은 2.98달러로, 조사 대상 124개국 중 공동 10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순위의 상위권은 대부분 물가가 높은 유럽 국가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단연 1위였고, 그 뒤를 잇는 싱가포르, 홍콩, 일본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였습니다.

또한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지수도 빵값 상승률의 가파름을 보여줍니다. 지난 8월, 빵에 대한 소비자 물가지수는 138.61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빵값이 무려 38.61%나 올랐다는 뜻입니다. 같은 기간 전체 물가 상승률이 16.45%였으니, 빵값은 전체 물가 상승률의 2배가 넘는 속도로 치솟은 셈입니다. 이러한 객관적인 데이터는 슈카의 990원 소금빵이 왜 그토록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명확하게 설명해 줍니다. 소비자들의 지적은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990원 빵값의 비밀, 숨겨진 원가 절감의 이면

그렇다면 ‘ETF 베이커리’는 어떻게 기존 베이커리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빵을 팔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은 빵 제조 원가의 구조적인 특성과 팝업스토어의 일시적인 성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뢰로 수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빵 제조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8.7%에 달합니다. 이는 전체 식품제조업 평균의 3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빵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많아 자동화 공정보다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슈카의 팝업스토어는 빵 모양을 규격화하고 단순화해서 인건비를 대폭 절감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ETF 베이커리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감당해야 하는 ‘판매관리비’를 거의 지출하지 않았습니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멤버십 할인, 광고비, 배달 수수료, 가맹점 지원 등 다양한 판매관리비가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32.4%)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슈카는 이미 압도적인 인지도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였기 때문에 별도의 광고비가 들지 않았고, 단기 팝업스토어 형식이라 경쟁적인 시장 상황에 대응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즉, 일반적인 베이커리가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막대한 인건비와 판매관리비를 효과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단기 이벤트와 생계형 자영업자의 허탈감

슈카의 팝업스토어가 큰 성공을 거두자, 빵값 폭리 논란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다름 아닌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입니다. 이들은 “말도 안 되는 비교”라며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베이커리 자영업자들은 팝업스토어와 상설 매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항변합니다.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동안 특정 이슈를 활용해 반짝 장사하고 사라지는 반면, 상설 매장은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매달 감당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박리다매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적정 마진을 남겨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빵의 주요 원재료인 밀가루와 설탕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또한 정부의 낙농업 보호 정책으로 우유 가격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결정되는 등 구조적인 문제도 빵의 원재료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결국, 빵을 만드는 제빵사들은 단순히 재료비와 인건비만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없는 복잡한 경제적 환경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빵 한 조각의 가격만 보지만, 그 안에는 임대료, 인건비, 물류비, 세금, 그리고 자영업자의 생계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빵값 논란이 던지는 깊은 성찰

슈카의 990원 소금빵이 던진 파장은 단순히 “빵이 비싸다, 싸다”의 문제를 넘어섭니다. 이 논란은 복잡한 경제 구조 속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불합리한 가격에 대한 불신을 표출했고, 자영업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운영비용과 구조적 한계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한국의 높은 물가와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 그리고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빵값 거품 논란의 진정한 핵심은 개별 빵집의 폭리 여부가 아니라, 소비자 물가 상승의 압력과 자영업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인 비용 사이의 간극에 있습니다. 990원 소금빵은 단순히 저렴한 빵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제적 모순을 드러낸 하나의 사회적 실험이었던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가격이 형성되는 복잡한 과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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