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국내 전기차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발표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2만 4,409대의 전기차가 판매되며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올해 4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며 시장의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줬는데요. 이런 눈부신 성장의 배경에는 과연 어떤 힘이 작용했을까요?
신차 효과가 견인한 성장 동력: ‘테슬라’부터 ‘캐스퍼’까지
이번 판매량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신차 효과’입니다. 마치 마중물처럼 시장의 활기를 불어넣은 주역들이 있었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테슬라의 신형 모델 Y입니다. 5월 국내 출시 이후 8월까지 누적 2만 8천 대 이상이 판매되며 ‘국민 전기차’ 자리를 꿰찼습니다.
하지만 테슬라 혼자만의 활약은 아닙니다. 기아의 EV3, 레이 EV, 현대의 캐스퍼 일렉트릭 등 합리적인 가격의 보급형 및 소형 전기차들이 소비자들의 문턱을 낮추며 폭넓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고가 모델 위주의 시장에서 벗어나 대중적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여기에 아이오닉 9이나 픽업트럭인 무쏘 EV와 같은 다양한 차종의 신차들이 등장하며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힌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부 정책과 제조사의 ‘할인 경쟁’이 불붙인 불씨
판매량 증가는 단순히 신차의 힘만은 아닙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올해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2월부터 전년 대비 빠르게 시작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특히 2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무려 560%나 급증하며 폭발적인 출발을 알렸습니다.
여기에 제조사들이 신차 출시에 맞춰 대대적인 판촉 경쟁에 돌입하고, 이와 연계된 추가 보조금 정책이 맞물리면서 실질적인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유도한 것도 판매량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비자가 전기차를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죠.
국산차와 수입차, 그리고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
판매량을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국산차는 60.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여전히 강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수입 전기차의 점유율은 39.1%를 차지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입차 중 중국산 전기차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9.4%나 증가하며 전체 시장의 30.1%를 차지하는 놀라운 약진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국내 소비자에게 통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2030년 목표와 보조금 소진 우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는 33만 대로 설정되어 있지만, 현재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14만 대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연말 보조금 조기 소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 지급률은 75% 수준으로, 이대로라면 연말 전에 보조금이 소진되어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지자체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같은 정책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충전 인프라 확충과 국내 생산 지원의 중요성
강남훈 KAMA 회장의 진단처럼, 국내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 활성화’가 중요한 대안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생산촉진세제’와 같은 인센티브 도입을 통해 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인 ‘충전 편의성’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협회는 충전 설비 보급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전기차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전기차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국내 산업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