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세금 체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고의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얌체 같은 사람이나, 숨겨둔 재산이 많으면서도 버티는 고액 체납자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세청의 발표를 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체납자의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것 같습니다. 매년 늘어나는 체납액 규모는 110조 원을 넘어섰고, 체납자 수도 130만 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경기 침체와 여러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세청이 ‘국세 체납관리단’을 출범한다는 소식은 상당히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기존에는 체납자에 대한 강제징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체납자의 실상을 직접 확인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세금 징수의 관점을 넘어 납세자의 회생까지 고민하는 따뜻한 세정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징수 vs. 회생: 국세청의 패러다임 변화
기존의 세금 체납 관리는 주로 ‘징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체납이 발생하면 재산을 압류하고, 공매를 통해 세금을 강제로 거두는 방식이 주를 이뤘죠. 물론, 이는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성실 납세자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세금을 내지 못하는 진짜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강제징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개인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있었던 것이죠.
새롭게 출범하는 국세 체납관리단은 이 점에서 큰 차별점을 가집니다. 전국 133만 명에 달하는 체납자 모두를 대상으로 3년 동안 최소 한 번 이상 직접 방문해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조사원들은 주소지나 사업장을 방문해 실제 생활 환경과 납부 능력을 확인하고, 체납자와 직접 대화하며 그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체납관리단은 일방적인 징수가 아니라, 납세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찾아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체납자도 모두 같은 체납자가 아니다
국세 체납관리단은 체납자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맞춤형 대응을 하게 됩니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다른 처방을 내리는 것처럼 말이죠.
1. 생계형 체납자
이들은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실직 등으로 인해 세금을 납부할 여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입니다. 기사에 나온 대전의 실명 체납자 A씨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죠. 이런 분들에게 강제징수만을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사지로 내모는 것과 같습니다. 체납관리단은 이들을 찾아내 긴급복지 지원이나 취업 알선 등 복지 시스템과 연계해 자립을 도울 것입니다. 세금 징수 대신 회생의 기회를 주는 것이죠.
2. 일시적 납부 곤란자
사업주가 집중호우 피해를 입어 매출이 급감했거나, 일시적인 자금 경색으로 인해 세금 납부가 어려워진 경우가 이에 속합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압류나 가혹한 추심이 아닙니다. 오히려 숨통을 틔워줘서 사업을 유지하게 하고, 스스로 세금을 갚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입니다. 체납관리단은 분납을 유도하거나 강제징수를 유예하는 등 유연한 접근을 통해 납세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3. 고의적 납부 기피자
이들은 충분한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산을 숨기거나 악의적으로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사람들입니다. 소위 말하는 ‘악성 체납자’인 셈이죠. 조세 정의를 해치는 이들에게는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습니다. 국세청은 이들에 대해 가택 수색, 압류, 사해행위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입니다. 따뜻한 세정은 이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오직 정당하게 세금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조세 정의와 민생 회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국세청의 이번 시도는 단순한 세금 징수 정책을 넘어, 우리 사회의 조세 정의와 민생 회복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고의적 체납자에게는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생계형 체납자에게는 복지라는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균형 있는 세정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또한, 체납관리단 활동은 청년, 경력 단절 여성, 은퇴자들에게 약 2,000개의 공공일자리를 제공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세금을 걷는 행정에서 벗어나, 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따뜻한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국세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국세청의 새로운 정책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습니다. 앞으로 실제 운영 과정에서 어떤 효과를 거둘지, 그리고 어떤 난관에 부딪히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가 세금 문제를 단순히 징수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을 들여다보며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 노력이 우리 사회에 더 큰 신뢰와 따뜻함을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