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독점 깨고 ‘다이소 뷰티’가 이끄는 K-뷰티 유통 전쟁

국내 뷰티 시장의 판도가 심상치 않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동안 오프라인 채널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던 ‘올리브영’의 아성에 ‘다이소’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시작된 변화인데요. 단순히 저가 화장품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중소형 인디 브랜드와 자체 기획 상품까지 대거 끌어안으며 유통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다이소발 뷰티 혁명은 단순히 한 유통 채널의 성공으로 그치지 않고, 이마트와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까지 경쟁에 뛰어들게 만들면서 국내 화장품 유통 지형도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습니다.

점포 확장 한계에 다다른 다이소의 새로운 돌파구, 화장품

다이소가 화장품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성장 정체’라는 현실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내 유통업계에는 직영 점포가 1,500개를 넘어서면 더 이상 점포를 늘릴 공간이 마땅치 않아 성장률이 꺾인다는 불문율이 존재합니다. 이미 올리브영이나 아리따움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이 지점에서 성장이 둔화되는 경험을 했죠. 그리고 지금, 다이소 역시 약 1,500개의 점포에 도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이소는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리는 대신, 기존 카테고리를 강화해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그 핵심 카테고리가 ‘화장품’입니다. 다이소는 단순히 저가형 제품을 넘어서, 올리브영에서 이미 인기를 검증받은 대형 브랜드의 세컨드 브랜드나 협력업체와 손잡고 개발한 전용 브랜드를 대거 선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경쟁력 있는 중소형 인디 브랜드에도 문을 활짝 열면서 ‘가성비 뷰티’의 성지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죠. 특히 최근 1년간 다이소의 외국인 매출이 50%나 급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K-뷰티를 찾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다이소는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매력적인 쇼핑 공간으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다이소발 ‘뷰티 전쟁’에 참전한 대형마트들

다이소의 화장품 공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제 이 경쟁은 다른 유통 공룡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이마트입니다. 지난 4월부터 ‘4,950원 전용 제품’을 출시하며 다이소의 초저가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나선 것이죠. 이마트는 화장품 관련 구매 조직까지 확대하며 트레이더스, 에브리데이 등 기존 채널들과의 협업을 통해 빠르게 화장품 브랜드 수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일부 제품은 벌써 여러 차례 재주문이 들어올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다이소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올리브영이 화장품이라는 특정 카테고리에 한정된 유통 채널인 반면, 다이소는 이마트와 같이 ‘종합생활용품 유통업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마트와 다이소의 카테고리 중 약 30%가 겹치는 만큼, 다이소가 화장품을 통해 강력한 집객 효과를 가져온다면 이마트 입장에서는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이마트가 화장품 카테고리를 확장하면 롯데마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다이소로 촉발된 오프라인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저마진의 굴레 벗고 새로운 기회를 얻은 K-뷰티 브랜드들

유통 채널의 다각화는 비단 소비자나 유통업체만의 이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업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죠. 그동안 많은 K-뷰티 브랜드들이 올리브영이라는 절대 강자에게 판권과 마케팅 비용 부담을 지는 ‘저마진 고비용’ 구조에 시달려왔습니다. 실제로 올리브영의 입점 조건을 감당하기 어려워 아예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브랜드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이소, 이마트, 롯데마트 등 새로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생겨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고, 비록 마진은 적더라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해외 시장 진출 시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올리브영이 20~30대를 겨냥한 중가 제품을, 다이소가 10대를 중심으로 한 초저가 제품을, 그리고 홈쇼핑이 50~60대를 위한 중고가 제품을 공략하는 등 각 유통 채널의 타겟층이 세분화되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다이소에서 시작된 유통 혁신이 국내 화장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지금, 이 경쟁이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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