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마침내 동네 의원과 약국까지 확대됩니다. 이는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발급의 번거로움을 없애 소비자 편의를 혁신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죠.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암담합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1단계 대형 병원조차 참여율이54.8%에 그쳤고, 이번에 대상이 된 9만 개가 넘는 동네 의원과 약국은 단 6.9%만이 시스템 구축을 마쳤습니다. 이 혁신적인 제도가 좌초 위기에 놓인 핵심 이유는 바로 비용과 역할 분담을 둘러싼 보험업계,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업체 간의 첨예한 3자 갈등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혜택과 더불어, 왜 이 제도가 의료 현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지 그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리함을 위한 여정: 실손 청구, 이제 서류는 그만
실손보험에 가입하고도 보험금 청구가 귀찮아서 미루거나 포기하는 분들 정말 많죠? 진료 후 서류 떼고, 팩스 보내거나 사진 찍어 올리는 과정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이러한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도입했습니다. 쉽게 말해, 병원이나 약국에서 환자가 요청하면 서류가 자동으로 보험사로 전송되는 원스톱 청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이 제도는 작년 10월, 30병상 이상 병원을 대상으로 1단계 시행에 들어갔고, 드디어 25일부터는 동네 의원, 약국까지 대상을 넓혀 2단계가 시작됩니다. 이론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엄청난 편의를 제공하는 혁신이죠.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실손24’ 앱을 통해 청구할 수 있으며, 곧 네이버나 토스 같은 플랫폼에서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시스템이 ‘준비된 곳’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실손 청구 전산화의 낮은 참여율, 왜 병원들은 등을 돌렸나?
소비자의 편의가 증진되는 좋은 제도인데, 왜 의료기관들은 참여를 주저하고 있을까요? 핵심은 추가 행정 부담과 시스템 사용료라는 두 가지 비용 문제로 수렴됩니다.
참여율 저조의 직접적 원인: 3자 갈등의 늪
1. 의료기관의 외침: “추가 보상이 필요합니다”
동네 의원이나 약국 입장에선 이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당장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환자의 요청을 받아 시스템에 접속해 서류를 전송하는 새로운 행정 업무가 추가되죠. 물론 정부는 참여 기관에 신용보증기금 보증료 감면이나 보험료 할인 같은 인센티브를 내걸었지만, 의료계 일부는 이런 간접적인 혜택 대신 추가된 행정 비용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환자 편의’를 위한 일에 왜 의료기관이 비용과 노동력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느냐는 논리입니다.
2. EMR 업체의 딜레마: “개발 비용은 누가 내나요?”
대부분의 병원과 의원은 전자의무기록 EMR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실손 청구 전산화가 되려면 이 EMR 시스템이 보험개발원의 ‘실손24’와 연동되도록 업데이트되어야 하죠. EMR 시스템 개발 업체는 이 연동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을 보상받기 위해 의료기관에 일종의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사용료 문제가 동네 의원의 참여를 가로막는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이 된 것이죠.
3. 보험업계의 입장: “이미 1000억 원을 부담했습니다”
보험업계는 전산화 시스템 개발 및 구축 비용 1000억 원, 연간 운영비 100억 원을 이미 부담했으니 더 이상의 직접적인 비용 부담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보험사의 행정 비용 절감과 신속한 심사라는 이득이 있겠지만, 당장의 현장 연동 비용 문제는 의료계와 EMR 업체 사이에서 해결되기를 바라는 분위기입니다.
실손 청구 전산화, 모두를 위한 혁신이 되려면
현재의 낮은 참여율은 이 제도가 소비자의 편리함만 강조하고,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는 현장의 부담을 간과했기 때문에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불편한 혁명’을 진정한 ‘모두를 위한 혁신’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비용과 역할 분담에 대한 근본적인 재접근이 필요합니다.
갈등 해결을 위한 3가지 실용적 제언
1. 행정 비용에 대한 ‘합리적 보상’ 모델 도입
의료기관의 추가된 행정 업무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정부나 보험업계가 이 부분에 대한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청구 전산화 건당 ‘소액의 전송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비용은 장기적으로 보험사가 서류 처리 및 심사 과정에서 절감하는 행정 비용의 일부를 환원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현장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2. EMR 연동 비용의 공공 혹은 공동 분담
EMR 업체의 개발 및 유지보수 비용은 필수적입니다. 이 비용을 개별 의료기관에만 전가하는 것은 시스템 확산에 치명적입니다. 정부, 보험업계, EMR 업체가 참여하는 ‘공동 기금’을 조성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EMR 표준 연동 모듈 개발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EMR 업체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이는 결국 전 국민적 편의 증진이라는 공익적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투자입니다.
3.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사용자 경험’ 개선
네이버, 토스 같은 대형 플랫폼의 참여는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이 플랫폼들이 소비자뿐 아니라 의료기관에도 실질적인 이득이 되는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산화 청구율이 높은 의원에 대한 플랫폼 내 노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EMR 연동을 위한 기술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분명 시대적 요구이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그러나 모든 혁신이 그렇듯,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온전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현장(의료기관)의 불편함까지 섬세하게 헤아리는 정책적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25일부터 시작되는 2단계 전산화가 단순한 ‘숫자 늘리기’에 그치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실질적인 편리함을 안겨주는 진정한 성공 사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