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이 뭉칫돈을 끌어들이는 비밀, 신종자본증권의 모든 것

혹시 회사채라는 말은 들어보셨나요? 회사가 자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뜻하는데, 신종자본증권 역시 일종의 회사채입니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이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합니다. 이게 바로 이 증권의 핵심적인 매력 포인트입니다.

쉽게 말해서,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처럼 이자를 꼬박꼬박 지급하면서도 회계상으로는 회사의 자본으로 분류됩니다. 덕분에 금융사들은 재무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BIS)을 높이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빚을 내지 않고도 회사의 체력을 키울 수 있는 마법 같은 도구인 셈이죠.

신종자본증권은 대부분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영구채 형태로 발행됩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을 영원히 못 돌려받는다는 의미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발행 시점에 30년 만기나 영구채로 발행하되, 보통 5년 후에 발행사가 증권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조기상환권)을 부여합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발행 5년 후를 사실상의 만기로 간주합니다.

금융사들이 앞다투어 발행하는 이유, 타이밍이 핵심

최근 iM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굵직한 금융사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습니다. 모두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훨씬 뛰어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며 대흥행을 기록했죠. 예를 들어, 신한금융지주는 목표액 2,700억 원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7,810억 원의 자금이 몰려 당초 계획보다 많은 4,000억 원을 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왜 벌어지는 걸까요? 금융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습니다.

첫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최근 몇 년간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이제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금리가 내려가기 전에 미리 자금을 조달해 놓으면 나중에 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도 금리가 더 내려가기 전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증권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둘째, 만기 도래 물량 때문입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저금리 시절에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의 만기(실질적인 5년 만기)가 올해와 내년에 순차적으로 돌아옵니다. 금융사들은 이 만기 물량을 상환하거나 만기 연장(롤오버)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이 우호적인 발행 여건을 활용해 미리미리 자본을 확충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신종자본증권도 등장했습니다. DB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콜옵션 만기 이후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업’ 조건이 없는 새로운 방식의 증권을 발행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보험사에게는 자본 효율성을 높여주고, 투자자에게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금리를 기대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투자 전 반드시 알아야 할 리스크

신종자본증권이 매력적인 투자처인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릅니다. 투자를 고려하는 분이라면 두 가지 리스크를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콜옵션 미행사 리스크입니다. 발행 5년 후 콜옵션 행사 시점에 시장 상황이 경색되거나 발행사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발행사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만기를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는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예상보다 오랜 기간 투자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연기했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두 번째는 이자 지급 정지 리스크입니다. 신종자본증권은 유사시 이자 지급이 정지될 수 있는 조건부 자본증권입니다. 만약 발행사가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되면, 이자 지급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심각한 경우 원금 손실까지 발생할 수 있으니, 발행사의 재무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종자본증권,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이드

신종자본증권은 금융사에게는 자본 확충의 효율적인 수단이자,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금리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최근의 발행 흥행은 금융 시장의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강조했듯이,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신종자본증권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발행사의 재무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며, 콜옵션 미행사나 이자 지급 정지와 같은 잠재적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한 후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현명한 판단이 곧 성공적인 투자의 첫걸음입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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